'꿈푸른 글갈래'에 해당되는 글 87건

  1. 2017.09.18 [관극기] 에어콘 없는 방 - 2017. 9. 14 (1회), 남산예술센터
  2. 2017.09.09 [관극기] 20세기 건담기建談記 - 2017. 9. 7 (3회), 두산아트센터
  3. 2017.09.06 [관극기] 개인의 책임 - 2017. 9. 5 (2회), 연희정원
  4. 2017.07.03 [관극기] 갈매기 - 2017. 6. 30 (2회), 소극장 오떼아뜨르
  5. 2017.06.13 [관극기] 국부(國父) - 2017. 6. 11 (2회), 남산예술센터
  6. 2017.05.26 [관극기] 불량청년 - 2017. 5. 25 (1회), 30스튜디오 / 2017. 6. 17 (1회), 나루아트센터 대극장 1
  7. 2017.05.18 [관극기]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 2017. 5. 17 (4회), 남산예술센터
  8. 2017.04.29 [관극기] 노란봉투 - 2017. 4. 28 (4회) 20:00, 연우소극장
  9. 2017.04.27 판소리 워크샵 (2차) / 조아라
  10. 2017.04.27 움직임 워크샵 5번째 / 고재경

[관극기] 에어콘 없는 방 - 2017. 9. 14 (1회), 남산예술센터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9. 18. 15:41

그때의 실험극, 지금의 고풍극 ★★☆☆



가을인가. 금월들어 공연이 많다. 프로젝트그룹에서 산울림, 극사실주의극에서 표현주의극, 장소불특정참여극에서 극장한정극에 이르기까지 롤러코스터 오르내리듯, 열탕과 냉탕에 번갈아 몸 담그듯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연들을 관극 하노라니 문득 한국 근현대 연극박물관이라도 돌아본 느낌이 든다.


어떤 공연은 막이 내리고도 먹먹한 맘, 손하나 까닥할 힘마저 풀린 채 여운에 젖어 차마 객석을 떠나지 못하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공연은 용수철이라도 밀어올린 듯 벌떡 일어서 훌훌 털며 객석을 떠나버리게 되는 공연도 있다. 그것은 다를 뿐,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러한 경험을 통해 내가 선호하고, 지향하는 바를 내 자신의 정서적 신체적 반응을 깨닫게 된다. 자아와 타자의 다름을 느끼고, 그로인해 내 자신을 알아간다는 의미에서 분명 의미있는 순간이자 경험이리라 믿는다.

.....

"그래. 맞다. 백수광부였지."

그랬다. 공연을 본 느낌. 전형적 '백수광부'의 연극.

1990년대 후반으로서는 분명 매우 실험적인 '사실주의극'이었을 극연출은 20여년이 훌쩍 지난 2010년대 후반의 시선에선 어느새 옛스러운 '고풍주의극'이 되어 버렸다.

"오백 년 都邑地(도읍지)를 匹馬(필마)로 돌아드니,
山川(산천)은 依舊(의구)하되 人傑(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太平烟月(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18년 6개월만의 서울, 유신호텔 503호.
'피터 현'은 고국에 돌아온 소회를 길재의 시조를 빌어 읊조린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앙상블, 그들이 빚어내는 유연한 흐름, 고증을 따져 며칠밤을 고민했을 흔적이 역력한 브라운관 수상기며, 금성 선풍기, 무대세트와 대소도구, 장면과 장면이 만들어내는 그림들은 분명 멋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느 한 장면 신선하게 눈길을 잡아끌지 못한 채 몇번이고 돌려봤을 식상한 클리셰로만 남았다.

아마도 연출의도였을, 종으로 좁게 뻗어 한정시킨 무대 위 무대와 앞 뒤로만 움직이는 동선, 비율이 달라 수직으로 외곡된 흐릿한 실시간 투사영상은 '피터현'이라는 인물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환상의 시간적 장치, 또는 그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과 , 답답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채 오히려 관객에게서 스스로 상상할 기회와 볼 재미를 빼앗고, 전달의 '모호함'과  '불편함'만을 남겼다. 그로인해 딱 한 번 객석 사이로 흩어지며 만들어 낸 극중극 배우들의 군중씬마저도 확 밀려드는 무대의 확장으로 체감되지 못하고, 영화나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여러번 봤을 법한 상투적인 표현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왜 '피터 현'이어야 했을까?
왜 42년전 이야기여야 했을까?
왜 2017년 9월에 1975년 8월의 이야기를 가져왔을까?
유신호텔 503호를 통해 지금의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던지려 했을까?

아쉽게도 공연은 관객 스스로가 그때와 현재가 공존하는 무대가 만들어 낸 현재와 다르지 않은 그때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상황, 현실, 문제, 개인과 사회의 이야기를 공감하게 하는 방식으로서 작동하지 못하고, 시대의 담론을 담아내거나 공유하고 발화하는 데 실패한 채, 자기표현주의적 서사에 그친다.

....


"청춘을 다 보내고 늙고 비루한 말이 되어 돌아왔네"

우리 세대를 누리고, 풍미했던 한 시절의  연극. 그 뒤안길을 보는듯 안타깝고, 애틋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깊은 나무처럼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너른 그늘과 기댈 곳이 되어주기를. 가지 끝마다 새순 돋고, 꽃 피워, 새로운 열매 맺어주기를 바라며 열연해 준 배우, 스탭 분과 들께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017. 9. 18





남산예술센터. 2017. 9. 14. <에어콘 없는 방>


에어콘 없는 방 (2017.9.14 - 10.1 / 남산예술센터)
극단 백수광부

작 : 고영범
연출 : 이성열
출연 : 한명구, 홍원기, 민병욱, 김동완, 최원정, 김경희, 주예선, 심재완, 윤상원, 전주영, 이영재, 신주호, 박정현, 유승민

드라마터그 : 조만수
무대 : 박상봉
조명 : 김성구
음악 : 김동욱
의상 : 이수원  /  의상팀원 : 박인선, 신나라, 최은영
분장 : 이동민  /  분장팀원 : 이수연, 안소연
영상 : 윤형철
모션그래픽 : 김희정
인형제작 : 문창혁
무대감독 : 김은선  /  무대조감독 : 안수민, 노희국
조연출 : 김세홍
기획 : 코르코디움
사진 : 윤현태
인쇄물디자인 : (주)디자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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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기] 20세기 건담기建談記 - 2017. 9. 7 (3회), 두산아트센터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9. 9. 01:25

편집되지 않은 미완성 디렉터스 컷 / ★★☆☆☆



얼추보아도 대단한 제작비가 투입됐을 초호화 제작진, 멋진 무대와 장치, 소품들, 엄청난 양의 대사를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게 1930년대의 정서와 말투로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 흥미진진한 라디오 악극과 극중극의 음악과 연주, 예쁘고 멋지게 만들어진 장면과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혼돈과 의문 "두시간 십오분을 도대체 왜? .....뭘 말하고 싶은 건가?"

딱 '편집되지 않은 미완성 디렉터스 컷'을 상영관에서 보고 나온 기분.

늘어놓은 서사와 말 잔치
연결고리 없는 장면들의 나열

보는 이가 스스로 극중 인물과 상황에 자신의 처지와 정서를 이입하거나 느껴 볼 여백들의 자리를, 말과 장면들로 수다스럽게 채우고 늘어놓은 덕택에 극이 끝나도록 도무지 와닿지 않는다.

암전과 암전 사이 장면과 장면은 한 장씩 뽑아 쓰고 버리는 휴지처럼 사라질 뿐, 한겹 두겹 채곡히 상황과 인물의 정서들을 쌓아가지 못한다.

잘 꾸며지고 만들어진 전반부의 환상극은 흡입력 있게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만, 후반부에 전개되는 각 인물들의 장면들이 진행될 수록 극 전체는 점점 힘이 빠진다.

게다가 아마도 늘어난 15분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을 엔딩씬은 각도기 끝에 서둘러 붙여 놓은 뱀꼬리처럼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다.

차라리, 엔딩씬을 맨 앞으로 가져와다 회상장면으로 넘어가서 더욱 압축하고 편집된 인물 개인의 역사를 오고가는 극중극 라디오방송, 그리고 다섯 사람의 활달하고 발랄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애잔했던 악극으로 끝났더라면.. 80여년전 암울한 침통한 일제강점기를 살아내는 나약한 지식인들의 군상과 2017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의 말과 정서를 집요하게 고증하고 무대 위에 재현해낸 작가의 노고와 노력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2017. 9. 8.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 2017. 9. 7


20세기 건담기建談記 (2017.9.5-9.30 / 두산아트센터)

작.연출 : 성기웅
드라마터그 : 김슬기
출연 : 이윤재, 이명행, 안병식, 백종승, 김범진

자문 : 이화진
조연출 : 박진아
작곡/음악감독 : 이자람
음악조감독/악기지도 : 김정민
무대디자인 : 서지영
조명디자인 : 최보윤
의상디자인 : 김미나
소품/분장디자인 : 장경숙
음향디자인 : 임서진
그래픽디자인 : 박연주
사진 : 정희승
기획제작 :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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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기] 개인의 책임 - 2017. 9. 5 (2회), 연희정원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9. 6. 01:36

<개인의 책임> - 잘 만든 한 편의 독립영화 같은 공연 / ★★★★☆



마치 카페 명함처럼 생긴 티켓과 석장의 스티커, 리플렛을 들고 계단을 따라 2층 발코니로 올라서면 마당처럼 너른 발코니 위에 다시 2층짜리 개인주택처럼 생긴 건물이 눈에 든다.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카페의 실내는 푸근한 듯 모던하다.

스탭은 마치 카페 종업원처럼 들어서는 관객을 반기며 '커피와 차 어느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묻는다. 루이보스 티를 건네받고 앉은 나무의자 객석에 앉아있노라니 뉴에이지 레이블 윈드햄힐의 마이클 헤지스의 연주처럼 풍경화, 혹은 꿈처럼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그러면서도 단단히 두발을 땅에 디디고 있는 기타선율이 하우스 음악으로 흐른다.

전형적인 극장과 무대를 벗어나 남자(기철)가 일하는 카페라는 공간과 여자(주란)의 퇴근 무렵인 오후 8시라는 실제 시간 속에 관객이 함께 들어가 보고, 느끼고, 빠져들 수 있어서 진짜가 주는 장소특정적 공연의 장점을 잘 살린 공연.

베란다 공간의 일부에 마련된 객석에서 통유리로 된 건물 내부와 또 다른 베란다의 공간에서 실존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일은 마치 잘 만든 단편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면서도 잘 정돈되고, 정제되어 있다. 특히나 두 배우가 카페를 벗어나 자전거를 함께 타고, 골목을 달리거나, 인근 공원에 내려 장난치거나 손을 잡고 돌아오는 장면들을 관객들이 스스로 객석을 벗어나 베란다 난간을 통해 엿보게 함으로써 영화가 가지고 있는 효과들을 관객 스스로 줌 인앤아웃, 페이드 인앤아웃, 집 업앤다운 하면서 장면들을 바라보고 느끼게 하는 매우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배우들은 연기하지 않는다. 일부러 보여주고 설명하고 만들어내는 이른바 '하는 연기'가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은 그렇게 되어져만 간다.

장면 장면마다 흐르는 기타선율을 따라 대단한 사건과 흐름의 진폭없이 잔잔한 듯 실제의 시간을 따라 흘러가지만 두 사람, 아니 우리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느끼고 생각하고 돌아보게 하는 여백이 주는 힘이 아름다운 공연.

그 시공간에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던 순간


2017년 9월 6일
히아누



연희정원 풍경, 2017. 9. 5. 19:40

<개인의 책임> 스케치 - Heanu, 2017. 9. 5


<개인의 책임> 극단 전망 2017.9.4 ~ 2017.9.10 복합문화공간 연희정원 작 : 이오진 연출 : 윤혜진 출연 : 성수연 박용우 드라마터그 : 장지영 무대 : 송아름 조명 : 성미림 음악/사운드 : 백인성, 최준환, 이보강 의상 : 김미나 의상보조 : 정효진 조연출 : 김국호 그래픽디자인 : 황가림 기획 : 나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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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기] 갈매기 - 2017. 6. 30 (2회), 소극장 오떼아뜨르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7. 3. 02:33



음향, 효과, 영상, 무대세트나 장치, 별다른 소품이나 대도구 없이 기본 분장마저 생략되고 제거된 무대. 배우의 눈가 미세한 떨림, 첫 등장 장면의 심장박동 소리, 주고 받는 여린 호흡, 어느 것 하나 숨길 수 없는 조그만 소극장. 관객의 뜨거운 시선 앞에 배우 저마다 각자 기댈 것 하나 없이 철저히 연기만으로 채워야 하는 공연. 어쩌면 지독히도 고집스럽고, 우직한 작가주의적 연출기법이 인상적인 작품.


아르까지나의 존재감과 에너지, 뜨리고린의 여유로운 듯 팽팽한 감정선과 변화, 허세와 과장이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지던 사므라예프, 지성과 이성 날카로운 수술칼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도른, 오히려 젊은 시절 당당하고 멋지던 풍모가 남았더라면 바라게 되던 늙고 자신감을 잃어 애처롭게 보게되던 소린,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던 마샤. 분주히 움직이며 묵묵히 제 할일과 역할을 해내는 모습에 뭉클하던 야코프. 진심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훌륭한 배우들의 앙상블에 넋을 놓고 보게 되던 순간들.

특히 뽈리나와 메드베젠꼬 두 배우의 등장은, 자칫 어둡고 무거운 정서가 너무 오랫동안 무대 위에 드리워져, 잔뜩 미간을 모으고 한껏 웅크려 보게 만드는 긴장감 때문에 오히려 관객으로서 계속 극에 집중하기가 버거워질뻔한 순간들을 일순 평정과 온화, 균형과 미소로 이완시킨다.

그런데, 4막의 니나는 서사전개와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그 전의 니나와는 전혀 다른 연출의 인물처럼 느껴졌다. 1, 2, 3막에서는 발랄하고 자유로와야 할 니나가 오히려 안 맞는 옷이나 틀에 갖힌 듯 왠지 모를 답답함이나, 마치 인물의 정서를 애써 관객에게 꼼꼼하게 설명하고 일일이 보여주려는 듯한 부담감이 느껴졌다면, 4막에서의 니나의 연기는 오히려 채워지지 않은 듯 자유로운 여백이 느껴져 오히려 나에게 인물의 정서를 상상하게 하고, 몰입하게 만들고, 그래서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멋졌고, 훌륭한 열연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뜨레블레프에게서 비집고 들어가 상상할 여백, 교감하고 공감할 순간을 맞을 수 없던 것이 관객으로서 못내 아쉽다.

...


회를 거듭할 수록 공연자와 관객이 서로 호흡하고, 교감하며
풍성하고, 자유롭게 빈 듯 채운 듯 익어갈 공연.

나는 벌써 막공이 기다려진다.

2017. 6. 30


<갈매기>, 소극장 오떼아뜨르 - 2017. 6. 30


갈매기
2017. 6. 30. 19:30 (2회) / 소극장 오떼아뜨르

원작 : 안톤 체홉
연출 : 오순한

출연 : 채연정, 임영우, 서정식, 김수아, 박세정, 주혜원, 조하나, 이종무, 김정훈, 박기덕, 이문빈

번역 : 양종욱
배우워크샵 : 장재키
조연출 : 윤영은
PD : 안형진
기획 : 염시정
무대디자인 : Shine-Od
조명디자인 : 이경은
의상디자인 : 부현수 이시하
포스터디자인 : 전찬호
사진작가 : 박일호
조명오퍼레이터 : 황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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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기] 국부(國父) - 2017. 6. 11 (2회), 남산예술센터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6. 13. 22:24


사각의 붉은 아고라, 무대 위의 무대, 액자 속 액자..
혹은 사각의 링이거나, 덧씌워진 프레임이자 틀이면서
동시에 탄생의 상징이자 죽음의 관.

극은 사각의 틀을 끊임없이 뱅뱅 맴돌며 금기의 이름과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타국의 신화와 역사속 장면들을 오가며 금새라도 내밀한 이야기를 파헤치고 들춰내어 또 다른 시각에서 감춰진 진실을 내어 보일 듯 기대에 부풀게 하였으나, 접싯물에 발자국 남기듯 고인 빗물 물장구치듯 발끝에 채여 튀어오른 화두는 끝내 바짓단만 적신채 끝나버렸다.

'노란봉투'를 통해 불편한 진실과 고통스런 증언들을 끝까지 담아내던 연출의 묵직한 울림이, 이번 작품에서는 하고자 하던 이야기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한채 예의 경쾌하고 유쾌한 변주만이 남아 변죽만 울리다 끝나버린 듯 싶어, 뜨거운 여름 한낮 신작로 손에 쥐고 핥작대다 놓쳐버린 아이스바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처럼 안타깝다.

피상적 사건으로서의 사실이나 서술이 아니라, 그 사건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얼마나 밀접히 닿아 있으며,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로인해 어떤 순간들을 살아내고 있으며, 살아내야 하는 지를 '고백이 아닌 증언'으로서 담아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독재자의 미화된 신화, 혹은 독재정치의 담론, 독재를 경험한 이들의 회상, 추억속의 미담을 나열하는 전개방식으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을 유추해내거나 현상을 비틀어 보기에는 현재를 사는 삶의 순간과 괴리를 느끼거나, 혹은 퍽퍽하고 녹녹치 않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를 낼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배우 분들과 연출 이하 스탭 분들의 땀과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는 작품이라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아쉬웠던 시간.


2017. 6. 11.



국부(國父) (2017.6.10-6.18 / 남산예술센터)
극단 돌파구

구성/연출 : 전인철
출연 : 유병훈, 조영규, 안병식, 백성철, 이지혜, 권일, 김민하, 윤미경, 하현지

기획 : 최효정
무대디자인 : 이윤수
무대제작 : 에스테이지, 이윤중, 조환준, 정우상, 권오준, 전혁
조명팀 : STAGEWORKS
조명디자인 : 최보윤
조명디자인 어시스트 : 지소연
조명팀원 : 신동선, 정주연, 최인수, 홍유진, 정하영
의상디자인 : 김지연
의상 어시스트 : 김선아
분장/소품 : 장경숙
음악 : 박민수
영상 : 정병목
영상기술 : 김성하
안무 : 금배섭
노래지도 : 김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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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기] 불량청년 - 2017. 5. 25 (1회), 30스튜디오 / 2017. 6. 17 (1회), 나루아트센터 대극장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5. 26. 01:53



광장(廣場)



누구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곳
그러나 여전히 검열, 삭제, 통제되고 온전히 설 수 없는 곳

사라진 블랙텐트 '광장극장' 그 자리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어느 행인의 취기오른 넋두리


"야. 내가 누군지 알아. 평생을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이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박통이 먹고 살게 해줬는 데, 난 난생 처음 연극을 봤는데, 참 재밌었는 데 누가 맘대로 없애버렸어. 무시하지마. 무시 좀 하지말라고. 내가 누군데. 내가 내가."



그것은 지난 겨울, 광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했던 이해성이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예술이, 극장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


한치 앞 내다 볼 수 없는 삼포칠포 빈곤한 청춘, 공준생 김상복

마로니에 광장에 선 동상, 아마도 그저 무심히 지나쳤을 한 사람, 김상옥

96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 각자의 시대 암울한 시간을 버티며 헤쳐내던 스물여섯, 서른의 두 청춘이 마주하던 시간들은 신의주로 상해로 경성으로 쉴 새없이 내달리고  흩날리는 눈발과 총탄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지고..


다시 지금, 광장
오늘은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
청산되지 못한 과거. 여전히 고단하고 절망스런 삶.

그럼에도 오늘, 무대 위 27명의 배우들
먼 훗날 광야에서 목놓아 부를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린다.


2017. 5. 25




- 촌평 -
자칫 진부해지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를 이해성 특유의 웃음코드, 배우들의 춤과 노래로 어둡지 않게,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다만 소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27인 배우들의 움직임과 동선, 연기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공간적 깊이감이 얕아 다소 평면적인 무대 디자인을 사용할 수 밖에 없던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좁은 공간을 넓게 쓰려한 시도들과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와 아이디어들이 돋보였다. 특히나 극을 이끌어가는 중견배우들의 노련함과 젊은 배우들의 열정과 투명함이 시종일관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공연. - 2017. 5. 25. 20:00 / 30스튜디오 초연


- 촌평 2 -
깊고 넓어진 무대의 공간과 입체감, 볶닥이던 수조에서 풀려나 너른 물 만난 듯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들의 군무, 배우들의 주고받는 에너지가 잘 익고 발효되어 풋기 잡내없이 한창 골고루 맛 들었다. 같은 작품, 출연진. 전혀 다른 공연. - 2017. 6. 17. 15:00 / 나루아트센터 초연



불량청년
2017. 5. 25. 20:00 (1회) / 30스튜디오
2017. 6. 17. 15:00 (1회) / 나루아트센터 대극장 (*)
극단 고래

작/연출 : 이해성
출연 : 최은진, 선종남, 서상원, 김성일, 유성진(*이명신), 이명행, 김명기, 김지현, 홍철희, 최지숙(*김태양), 허지행, 이송이, 이요셉, 안영주, 오찬혁, 임다은, 김혜진, 한아름, 문종철, 임미나, 최수정, 김지훈, 정다정, 한상욱, 사현명, 이병욱, 송하늘

무대 : 서지영
조명 : 신동선
음악 : 김태규
영상 : 윤형철
분장 : 장경숙
소품 : 서정인
사진 : 이지락

안무 : 김유진
액팅코치 : 김동완
드라마투루기 : 이단비
포스터디자인 : 성북동비둘기
조연출 : 최지숙, 임소은, 류이향
기획 홍보 : 장원경, 이현정, 신장환
기획 홍보팀 : 이사랑, 변신영, 박윤선, 박현민, 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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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기]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 2017. 5. 17 (4회), 남산예술센터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5. 18. 02:43




암전. 막.

컴컴한 극장은 온통 박수소리로 숨 쉴 틈없이 메워진다.

나는 여전히 객석에 앉은채 손가락 하나 까닥 못하고,
멎었던 숨 겨우 내쉬려다 울컥

커튼콜 조명이 켜질 때까지
박수소리 속에 묻혀 나는 그저 후웁 후웁 숨만 내쉬었다.

차마 고개들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들
타들어가는 마음과 숨이 멎는 순간과 고통에도
몇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무대

면도날 하나 디밀 틈도, 한 점의 여백도 없이
깊은 밀도로 꽉 채워진 공연

살면서 몇 번이나 더 만날지 모를
그런 무대, 배우, 작품, 공연 만들고 올려 주셔서
그런 공연 볼 수 있어서

이 길 계속 꿈꿀 수 있어서
아직 살아 있어서

고맙고 감사한 날

2017. 5. 17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품이 있기까지, 그리고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 힘써주신 모든 스태프와 출연진을 비롯하여
연습과 공연기간 내내 극장의 마지막 불을 꺼 주신 최선규, 한춘전 님까지 모두의 마음을 잊지 않고 공연을 올리는 극장이 되겠습니다. - 프로그램북 48p, CREDIT 서문에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2017. 5. 13 - 6. 4 / 남산예술센터)

극단 골목길

작/연출 : 박근형
출연 : 장연익, 손진환, 강지은, 한윤춘, 성노진, 임진웅, 서동갑, 고수희, 권태건, 이원재, 오순태, 이호열, 김국진, 김병건, 김경일, 김동원, 이기현, 심재현, 신사랑, 안소영, 나영범, 이상숙

무대디자인 : 박상봉
무대디자인어시스턴트 : Shine-Od
무대제작 : 스테이지, 심광영, 김재인
조명디자인 : 김창기
조명디자인어시스턴트 : 이명진
조명크루 : 신동선, 최인수, 정하영, 홍유진, 최연수, 곽태준, 이현직, 최찬엽
조명오퍼레이터 : 남선우
사운드디자인 : 박민수
영상디자인 : 노효경
사운드, 영상오퍼레이터 : 홍수민
의상디자인 : 배은창, 류혜성
분장디자인 : 장경숙
분장팀 : 석필선, 박진경


:

[관극기] 노란봉투 - 2017. 4. 28 (4회) 20:00, 연우소극장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4. 29. 03:13





무심한 듯 혹은 짝지은 듯 점점이 놓여진 여섯개의 의자
하나의 모서리, 손 맞잡듯 마주한 두 벽면
흰 듯 누렇고 연한 듯 거친 결, 구겨진 듯 펼쳐진 수백수천 창호지
펼치려던 걸까 접으려던 걸까 제멋대로 어지러이 돋은 날개 꺾여진 깃깃마다
처연하게 눈부시고 뜨겁도록 시렸을 순간 순간이 영원처럼 박혔다.

누구하나 부러라도 눈여겨 보지 않을 깊은 한켠
남겨둔 말 못다한 눈물 살아낸 이 살다간 이 켜켜이 쌓아올린 종이무덤
묘비인듯 노래인듯, 지친살이 한 잔 술 눅진한 유행가여도 좋고, 어깨걸고 내지르던 투쟁가여도 좋았을
망자에게 보내는 송가, 산 자에게 보내는 찬가, 그렇게 기타 한 대 섰다.

....


"정말은 빼도 돼. 정말을 붙이면 정말로 정말이 아닌것 같잖아."
"어떤 걸 스쳐지나가야 하고, 어떤 걸 지금 마주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극은 노동자 '영희'의 말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말로 정말 같지 않은' 이야기인 동시에 그 현실을 기록하는 PD '이고'의 말처럼 도저히 용기내어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손배소. 파업으로 입은 손해를 파업노동자에게 배상청구한다라,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이지만 결국 헌법이 소용없군요."
"손배소가압류 당할 줄 알면서 왜 파업했죠?"
"파업 하지 않았어도 결국 우린 차례로 해고 됐을테니까요."

"어차피 모두가 죽는 거라면, 나라도 살아야 되진 않을까?"
"근데 그게 우리를 따로따로 죽게 하는 거에요."
"수많은 CCTV 아래서 죽은 사람처럼 살 것이냐, 아니면 사람답게 죽어서 나갈 것이냐."

비정규직 하청 해고노동자 '병로'와 정규직 원청 해고노동자 '지호', 노조파업에 참여 않고 출근을 택한 '강호', 세월호에 아들을 잃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민성', 아이 양육문제로 어용노조에 가입하는 '영희', 하루하루 파업일지를 기록하는 노동자 '아진'과 일련의 사건들을 영상에 담는 방송국 PD '이고' 그들의 같지만 각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

"0.01초와 0.02초, 1분과 10분, 결국 그 간격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제아닐까. 사건이 지나가도 당사자에겐 늘 현재형이니까."

나는 알지 못한다. 아니 감히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은 묻는다.

"뭐가 제일 수치스러운가요?"
"이렇게 계속 살아야된다는 거요."

....

그렇게 살아가지 않으려면, 그런 삶을 아이들에게 되물림하지 않으려면.

그것은 세월호 '민호'가 아버지 에게 전하려던 선물.
오늘도 담담히 넥타이를 매고 일터로 나서는 살아남은 자, 남겨진 자들, 저마다의 숙제.
살아낸 이, 살다간 이 끊임없이 기록하고 기억하고 소리내는 일.
여기 사림이 있었다고. 여전히 사람이 있다고.

2017.4.29.




<노란봉투>, 연우소극장 - 2017.4.28


노란봉투 (2017.4.25-5.14 / 연우소극장)

작 : 이양구
연출 : 전인철
출연 : 안병식, 최희진, 백성철, 조시현, 김민하, 양정윤, 윤미경

프로듀서 : 유인수
무대 : 박상봉
조명 : 최보윤
의상 : 최윤희
음악감독 : 박민수
영상 : 정병묵
영상기술감독 : 김성하
분장 : 정경숙
사진 : 이성주, 김솔
그래픽 : 김솔
오퍼레이팅 : 주애리, 김유림
홍보 : 스토리IP
제작 : 연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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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워크샵 (2차) / 조아라

나눔/워크샵 일지 2017. 4. 27. 05:14
판소리 워크샵 2번째(2017. 3. 10) / 조아라

1. 호흡과 소리연습
1) 립버블 - 성대와 안면근육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입술의 긴장을 풀고 호흡을 길게 사용해라. 자기 안의 호흡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 지를 인식하라.
2) 허밍 - 몸 안 공간이 비어있다고 상상하고 소리가 몸 안 공간 어디에서 나는 지를 인식하고 그 곳에서 소리가 나도록 훈련한다. 실제 자신의 몸안 어디에서 나오는 지를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한 번 나온 소리는 머물러 있지 않고 입 밖으로 전진한다. 소리를 밖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라. 마치 거미줄 뽑듯이.
3) 몸안의 중심을 연결하라 - 챠크라 7개의 센터(회음,단전,위장,가슴,목,미간,두정) 각각을 인식하고, 연결하도록 노력한다. 강력한 소리를 낼 때 똥구멍을 조여서 연결된 소리를 멀리까지 보낸다. 연결되어 있는 호흡의 끈을 스스로 인식하라. 처음에는 각각의 부분을 인식하는 데 집중하고, 차차 연결하도록 훈련한다. 공력이 쌓이면 몸 안의 시작(회음부)의 소리구슬 핵을 느낄 수 있으며, 소리를 낼 때 그 시작은 사라지지 않는다.

2. 멀리 소리 보내기
판소리란 공유하기 위해 멀리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보내는 것. 어디에 있는 지 몇명이 있는 지 상상하며 그 사람들에게 소리를 보내도록 훈련한다. 허공에 흩뿌리지 않고, 알맹이, 알심, 핵심이 있는 소리를 보내려면 방향과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3. 높은 소리내기
높은 소리를 낼 때 몸이 딸려 올라가거나 떠서는 안된다. 아래와 위 양쪽으로 늘려라. 똥구멍을 조이면서 밀고 내리며 버틴다. 소리는 올리고 몸은 딱 내리고 디디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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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워크샵 5번째 / 고재경  (0)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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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워크샵 5번째 / 고재경

나눔/워크샵 일지 2017. 4. 27. 05:10

움직임의 경제적 효율성 5번째 / 고재경 – 2017. 4. 26 (수), 서울연극센터

<역할>
따라하기의 개념이 아니라 본인이 느껴야 해요. 정말로 자신이 걸을 수 있어야 돼요. 여러분에게 맡길게요. 왜냐하면 내 역할은 여러분을 연습시키는 역할이 아니니까. 항상 걷고 사니까 문제 없겠지만, 항상 걷고 사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에요. 항상 걷고 사니까 의식하지 않거든요. 연극할 때 전혀 지장 없을 수도 있고... 아니, 지장 없는 게 맞아요. 하지만, 더 좋게 할 수 있어요. 에너지를 축척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더 좋게 할 수 있어요.

<민다, 당긴다>
보이지 않는 외부의 힘이 나를 당긴다는 것은 내가 민다가 되는 거잖아요. 항상 그걸 염두에 두셔야 돼. 당긴다는 것과 내가 민다는 것이 함께 존재해야지만 움직임을 만들 수 있어요. 올 때도 내가 갖고 오는 것이죠. 예를 들면 방향은 한 방향이지만 당긴다가 느껴지고, 내가 민다가 느껴질 때 작용점이 다르다는 거죠. 비틴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항상 민다가 되고 당긴다가 되야 돼. 동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원리가 중요해요. 원리를 알고 있으면 여러분이 나중에 연기할 때 도움이 돼요.

<호흡과 움직임>
제가 화술원리는 잘 모르지만.. 음, 수영 아세요? 수영 기본이 뭐에요? 음파에요. 해보세요. 음파음파음파. 들이 마시는 숨 있어요? 없잖아. 같은 맥락이에요. 음파음파 안에 같은 들숨날숨이 존재한다는 얘기에요. 예를들어 “야, 개시키야~”한 다음에 바로 대사를 칠 수 있는 데, 다 뱉어버리면 작위적으로 들이 마시기 위해 한 템포 쉬게 돼요. 바로 그게 마가 뜬다는 거죠. 숨을 뱉었으니까 마셔야 된다고 머리가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철학적, 논리적 사고라든다가 하는 것은 머리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어떤 것들은 내 몸에 갖고 있고, 흐름과 경향을 느낄 때 알게 되고 축적되는 것이죠. 저는 대사 잘 못해요. 하지만 원리가 같다는 거에요. 호흡의 들숨과 날숨처럼 움직임의 들어오고 나가고도 함께 존재하고 있는데 어떤걸 내가 먼저 가져갈 것인가, 어떤걸 내가 인식하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거죠. 계속 나는 그 얘기만 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끊임없이 그것을 인식하고 느끼지 않으면 안돼요. 동작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로 당긴다와 민다가 함께 존재한다는 거에요. 대사를 읽을 때 자기 (평소)호흡대로 읽으면 문제 있어요. 흐름에 맞게 읽어야 하는 것이지. 희곡의 띄어쓰기는 단어와 문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붙여 쓰면 이해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말은 다르다는 거에요. 띄어쓰기 안해도 호흡만 잘 운용하면 다 들린다는 거에요. 띄어쓰기를 정확히 지켜서 대사를 치면 정말 재미없어요. 그건 행간하고는 다른 개념이에요. 몸에도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거지. 임의의 점, 임의의 선이 행간인 거죠. 그 행간에 내가 어떤 색깔 어떤 에너지를 들여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에요.

<갈등>
자꾸 우리는 갈등을 대립으로 봐요. 대립은 맞는데 큰 상황이나 사건으로 본다는 거죠. 그건 이야기 구조가 갈등인것이지. 내 몸으로 보자면 이야기 구조에 갈등이 있듯이, 움직임에도 항상 갈등이 존재한다는 거에요. 내 말은 자꾸 통용되고 있는 갈등이란 단어의 의미에 함몰되지 말라는 거에요. 갈등 구조라는 것은 표면적으로 갈등이 있다는 것이잖아. 몸의 구조에도 역시 갈등이 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동작을 통해서 자꾸 몸으로 체득하고 경험하라는 거죠. 동작만 따라하는 건 의미 없어요. 큰 쓸모 없어요.

<무너짐에 대하여>
팔을 밑으로 민다 당긴다. 쭉쭉쭉. 민다 빼고 당긴다. 쿵. 민다 당긴다가 선(방향)이 같아 근데 왜 몸 전체가 끌려가지 않을까, 몸의 중심에 버팀점이 있으니까, 버텨주니까 끌려가지 않는 것이지. 근데 민다와 버틴다를 빼버리면 당긴다가 힘이 세져버리니까 무너지는 것이지. 끌어올린다는 버티는 힘이 존재해야 따라 올라올 수 있는 거에요. 끈덕지게 버티는 힘으로 당겨오세요.

<저항에 대하여>
만약 외부의 물리적 힘이 내 몸에 프레스를 가했어. 그러면 내가 무너질 거 아녜요. 그때 그 힘에 대한 나의 저항을 보여주려면 내가 중심점을 강하게 딛고 누르고 서며 돌아와야만 느껴져요. (오른손으로 머리를 왼쪽으로 밀듯이 친다. 머리와 몸이 왼쪽으로 무너진다. 몸의 중심이 원래방향으로 오며 세움발이 강하게 땅을 딛고 눌러 머리를 포함한 몸 전체가 돌아온다.) 물론, 머리가 당겨와도 되긴 돼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목표는 아니라는 거지.

<움직임의 근거>
Q. 몸 밀고 당기기 응용할 때 ‘구슬 있다, 없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돼요.
A. 없다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건 아녜요. 첫번째는 몸 안에 구슬 같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것이 진짜 움직이고 꿈틀거리는 거고, 두번째는 그런 구체적인 거는 없다는 거죠. 다만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두 훈련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움직임의 근거에서 비롯되는 거에요. 만약 움직임의 근거가 약하면 내가 설득이 안되면 안 오잖아. 그럴 때 첫번째 방법처럼 구슬을 넣고 구슬이 진짜 있다고 하고 해보라는 거에요. 근데 근거가 확실하면 두번째 방법처럼 그것 때문에 움직이라는 거지. 내 말은 감정 이전에 몸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에요. 상태를 만드는 방법 또한 거기에 있다는 거죠.

<괴로운 연기>
괴로운 연기란 게 어딨어. 어떤 에너지가 나가는 데 그 색깔이 괴로움인 것이지. 괴로움을 연기하는 게 배우가 아녜요. 동작이라든가 호흡이라든가 뭔가로 분줄하고, 들어가고 나오는 그 에너지, 색깔이 괴로움이라는 것이지. 배우는 그 걸 극의 흐름에 맞게 연기화시키는 거에요. 관객이 봤을때 괴로움이 존재하고 있어. 그럼 된 거에요. 여기선 그게 뭐냐(어떤 상황, 어떤 괴로움)는 중요하지 않아. 상황은 자기 공연할 때 알아서 해. 여기서는 그 상황을 끌고 들어오지 말라는 거에요.

<강의의 목적>
Q. 어떤 움직임에는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힘들 때 호흡이 거친 느낌이 들거든요. 숨, 호흡도 같이 운용해야 되는 거죠?
A. 좋은 질문이에요. 거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 데, 그러려면 상황을 끌고 들어와야 돼. 그치만, 그건 내 역할이 아니라는 거지. 강의의 목적이 아니라는 거에요. 그건 내가 안하겠다는 거야. 그건 여러분들이 알아서 상황에 맞춰 찾아가시라는 거야. 그건 여러분들의 몫인 것이지.

<전형적 동작>
Q. 감정을 표현하는 전형적 동작이나 표정을 짓지 말라고 하셨는데..
A. 해도 돼요. 일부러 하지 말라는 거죠. 이러한 원리와 작용에 의해서 그런 움직임과 동작이 나오는 것을 막을 필요 없어요. 그랬을 때 더욱 그 존재감이 커진다는 것이지.

■ 움직임 인식훈련
1) 팔 밀고 당기기 : 팔을 상하좌우앞(뒤)로 밀고 당긴다.
자, 지난번 시간에 이어서 몸 풀고 갈게요.
오른손 위로 미세요. 쭉쭉쭉. 활배로 미세요. 더더더. 내리세요. 왼손 쭉 미시고, 쭉쭉쭉. 더더더. 쭉 내리세요. 양손 쭉 미시고, 쭉 내리세요.
자 이번엔 옆으로 가볼께요. 발 꼭 붙이시고. 쭉 비트세요. 몸 가세요. 몸 나가지 않게 버티시고 일자로 쭉 오른손을 왼쪽으로 미세요. 쭉쭉쭉. 몸이 틀어지는 건 괜찮아요. 기울어지면 안돼요. 더더더. 몸 비트세요. 몸 기울이지 마시고. 더더더. 당겨 올 때 어깨 말고 가슴으로 당겨 오세요. 몸이 갖고 오세요. 당긴다 민다가 함께 공존해야 해요. 내 손을 당긴다 민다가 돼야 해요. 다시 상체가 갖고 오시고. 자꾸 호흡이 풀려. 갖고 오시면 달라요. 비틀었던 몸이 돌아 오면서 느껴져요. 그걸 자꾸 인식하시라는 거야.

2) 몸을 밀고 당기기 : 상하좌우앞뒤 6개의 방향으로 몸 전체를 몸의 중심으로 밀고 당긴다.
자, 이번에는 팔 사용하지 않고 몸으로 가볼게요. 몸통. 해볼게요. 원리만 적용시키세요. 어깨 등 다 사용하셔도 돼요. 알아서 하세요. 맞나 틀리나 의심하지 마세요. 어디로 움직여도 상관없어요. 임의의 점을 찍고 움직이세요. 신체에 아무데나 점을 찍으세요. 상하좌우앞뒤에요. 차이가 충분히 날 수 있어요. 뭔지 모르지만 살아 있잖아요. 바로 이런 움직임에 상황과 색깔을 집어넣으면 나타낼 수 있다는 거에요. 임의의 점에 밀당하세요. 자기 몸을 찾으세요. 맞고 틀리고가 없는 거니까.

3) 몸을 밀고 당기기(응용) : 상황설정(몸 안에 무언가 꿈틀거림이 있는 데 괴롭다. 불편하다)
상하좌우앞뒤로 몸 안에 뭔가가 꿈틀거려. 다른 거 인식하지 마세요. 아까 그 원리 그대로 쓰세요. 괴로움 뭐 이런 거 불러들이지 마시고 그대로 쓰세요. 꿈틀거려. 빨라져. 정확한 점 찍으세요. 상하좌우앞뒤. 꿈틀꿈틀. 움직인다. 움직인다. 움직이려고 일부러 하지 마시고. 반응을 보여. 꿈틀꿈틀. 내가 괴로운 게 아니고 그 놈 때문에 괴로운 거에요. 그렇죠. 봐. 감정연기 안해도 괴롭다가 나오잖아. 감정이입 이전에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관객들은 그 안에 뭐가 들어있다고 보는 게 아니라 괴로워하는 걸 본다는 거죠. 분명히 내가 구체적인 무언가를 갖고 있으면 나온다는 거에요.

4) 몸을 밀고 당기기(응용) : 상황설정(몸 안에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뭔지 모르지만 괴롭다)
내적 괴로움에 반응하세요. 맞고 틀림 없어요. 인식하세요. 그 괴로움이 머리에만 있어요. 다시 몸 전체. 이번엔 배만. 배. 배. 오케이. 지금은 강력한 에너지라서 과장돼 보이잖아요. 다른 데서 사용할 때는 깎으시면 돼요.

5) 몸을 수축하기(응용) : 상황설정(구슬이 천천히 내 중심으로 깊이 들어간다. 그 성질은 괴로움)
구슬이 내 중심점으로 들어와서 내 안으로 들어가. 그 놈 때문에 내 몸이 전부 그쪽으로 모아져요. 근데 그 놈이 괴로움이야. 해볼게요. 들어왔다. 깊게. 깊게. 내 몸 다 모으세요. 전부 다. 들어간다. 들어간다. 더. 더. 더 비틀린다. 비트세요. 비트세요. 머리로 간다. 머리로 간다. 비트세요. 다시 몸으로 들어간다. 들어간다. 수축. 수축. 오케이
6) 방향전환 걷기 : 각각 골반, 머리, 다리로 돌아본다. 수평의 선 위에 수직의 존재로 걷는다.

7) 방향전환 걷기(응용) : 상황설정(공간에 길을 만들고 인식하며 걷는다.)
들판이나 산이라고 생각하고 걷지 마세요. 근데 걷다보니 공간이 느껴져, 그 공간에 들판이 들어올 수는 있지. 들판이라고 하면 자꾸 딴 생각이 들어온다는 거에요. 걷다보면 산이 들어올 때가 있고, 들판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산이나 들판이라고 상상하고 걷지 말라는 거에요. 공간이 펼쳐지는데 그것이 들판이고, 강이고 바다라는 것이지. 길 형태를 제대로 가져오면 걸려요. 예를들어 걸어가는 데 올라간다 올라간다 느껴져. 그럼 그게 산인 것이지. 나의 길, 임의의 여정이 있는 데 거기에 산이 들어온 것이지.

8) 방향전환 걷기(응용) : 상황설정(수직이 수평을 끌고 오다가 멈춘다. 수평을 인식하고 반응한다.)
서더라도 걷는 호흡을 갖고 있어야 해요. 수평이 안보이고 수직만 보여도 돼. 걸어 들어와 서는 게 아닌데. 뭔가를 갖고 들어오니까 수평에 수직이 안 존재해. 보는 사람이 수평, 수직을 못 느껴. 그냥 오시면 돼. 왜 그러냐 하면 템포, 리듬이 바뀌고 있거든. 그러면 그건 뭔가를 갖고 들어오고 있다는 거지. (김정 연출의 설명 : 수평과 수직만 생각하고 오다가 문득 멈춰서 받아들여야 하는데, 관객이 봤을 때 뭔가를 하기 위해서 특별한 점에 선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에요.)

9) 제자리 뛰기 : 상,하 화살표 쏘기. 무너지기. 다시 세우기

■ 다음시간 예고
다음 시간엔 이런 걸 할 거에요. 공간에 임의의 점, 내가 가는 만큼 가까워 져. 만나면 스톱인거야. 내가 뒤로 걸어 임의의 점 보내고 멀어진다. 헤어짐. 헤어지기 때문에 이별이 있는 것이지. 가까워지기 때문에 만남이 있다는 것이지. 점을 보내는 데 기쁨일 수도 있어요. 다음엔 이런 걸 할거에요. 걸으면서 상태 체크도 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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