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기] 국부(國父) - 2017. 6. 11 (2회), 남산예술센터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6. 13. 22:24


사각의 붉은 아고라, 무대 위의 무대, 액자 속 액자..
혹은 사각의 링이거나, 덧씌워진 프레임이자 틀이면서
동시에 탄생의 상징이자 죽음의 관.

극은 사각의 틀을 끊임없이 뱅뱅 맴돌며 금기의 이름과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타국의 신화와 역사속 장면들을 오가며 금새라도 내밀한 이야기를 파헤치고 들춰내어 또 다른 시각에서 감춰진 진실을 내어 보일 듯 기대에 부풀게 하였으나, 접싯물에 발자국 남기듯 고인 빗물 물장구치듯 발끝에 채여 튀어오른 화두는 끝내 바짓단만 적신채 끝나버렸다.

'노란봉투'를 통해 불편한 진실과 고통스런 증언들을 끝까지 담아내던 연출의 묵직한 울림이, 이번 작품에서는 하고자 하던 이야기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한채 예의 경쾌하고 유쾌한 변주만이 남아 변죽만 울리다 끝나버린 듯 싶어, 뜨거운 여름 한낮 신작로 손에 쥐고 핥작대다 놓쳐버린 아이스바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처럼 안타깝다.

피상적 사건으로서의 사실이나 서술이 아니라, 그 사건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얼마나 밀접히 닿아 있으며,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로인해 어떤 순간들을 살아내고 있으며, 살아내야 하는 지를 '고백이 아닌 증언'으로서 담아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독재자의 미화된 신화, 혹은 독재정치의 담론, 독재를 경험한 이들의 회상, 추억속의 미담을 나열하는 전개방식으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을 유추해내거나 현상을 비틀어 보기에는 현재를 사는 삶의 순간과 괴리를 느끼거나, 혹은 퍽퍽하고 녹녹치 않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를 낼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배우 분들과 연출 이하 스탭 분들의 땀과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는 작품이라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아쉬웠던 시간.


2017. 6. 11.



국부(國父) (2017.6.10-6.18 / 남산예술센터)
극단 돌파구

구성/연출 : 전인철
출연 : 유병훈, 조영규, 안병식, 백성철, 이지혜, 권일, 김민하, 윤미경, 하현지

기획 : 최효정
무대디자인 : 이윤수
무대제작 : 에스테이지, 이윤중, 조환준, 정우상, 권오준, 전혁
조명팀 : STAGEWORKS
조명디자인 : 최보윤
조명디자인 어시스트 : 지소연
조명팀원 : 신동선, 정주연, 최인수, 홍유진, 정하영
의상디자인 : 김지연
의상 어시스트 : 김선아
분장/소품 : 장경숙
음악 : 박민수
영상 : 정병목
영상기술 : 김성하
안무 : 금배섭
노래지도 : 김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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