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기] 갈매기 - 2017. 6. 30 (2회), 소극장 오떼아뜨르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7. 3. 02:33



음향, 효과, 영상, 무대세트나 장치, 별다른 소품이나 대도구 없이 기본 분장마저 생략되고 제거된 무대. 배우의 눈가 미세한 떨림, 첫 등장 장면의 심장박동 소리, 주고 받는 여린 호흡, 어느 것 하나 숨길 수 없는 조그만 소극장. 관객의 뜨거운 시선 앞에 배우 저마다 각자 기댈 것 하나 없이 철저히 연기만으로 채워야 하는 공연. 어쩌면 지독히도 고집스럽고, 우직한 작가주의적 연출기법이 인상적인 작품.


아르까지나의 존재감과 에너지, 뜨리고린의 여유로운 듯 팽팽한 감정선과 변화, 허세와 과장이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지던 사므라예프, 지성과 이성 날카로운 수술칼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도른, 오히려 젊은 시절 당당하고 멋지던 풍모가 남았더라면 바라게 되던 늙고 자신감을 잃어 애처롭게 보게되던 소린,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던 마샤. 분주히 움직이며 묵묵히 제 할일과 역할을 해내는 모습에 뭉클하던 야코프. 진심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훌륭한 배우들의 앙상블에 넋을 놓고 보게 되던 순간들.

특히 뽈리나와 메드베젠꼬 두 배우의 등장은, 자칫 어둡고 무거운 정서가 너무 오랫동안 무대 위에 드리워져, 잔뜩 미간을 모으고 한껏 웅크려 보게 만드는 긴장감 때문에 오히려 관객으로서 계속 극에 집중하기가 버거워질뻔한 순간들을 일순 평정과 온화, 균형과 미소로 이완시킨다.

그런데, 4막의 니나는 서사전개와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그 전의 니나와는 전혀 다른 연출의 인물처럼 느껴졌다. 1, 2, 3막에서는 발랄하고 자유로와야 할 니나가 오히려 안 맞는 옷이나 틀에 갖힌 듯 왠지 모를 답답함이나, 마치 인물의 정서를 애써 관객에게 꼼꼼하게 설명하고 일일이 보여주려는 듯한 부담감이 느껴졌다면, 4막에서의 니나의 연기는 오히려 채워지지 않은 듯 자유로운 여백이 느껴져 오히려 나에게 인물의 정서를 상상하게 하고, 몰입하게 만들고, 그래서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멋졌고, 훌륭한 열연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뜨레블레프에게서 비집고 들어가 상상할 여백, 교감하고 공감할 순간을 맞을 수 없던 것이 관객으로서 못내 아쉽다.

...


회를 거듭할 수록 공연자와 관객이 서로 호흡하고, 교감하며
풍성하고, 자유롭게 빈 듯 채운 듯 익어갈 공연.

나는 벌써 막공이 기다려진다.

2017. 6. 30


<갈매기>, 소극장 오떼아뜨르 - 2017. 6. 30


갈매기
2017. 6. 30. 19:30 (2회) / 소극장 오떼아뜨르

원작 : 안톤 체홉
연출 : 오순한

출연 : 채연정, 임영우, 서정식, 김수아, 박세정, 주혜원, 조하나, 이종무, 김정훈, 박기덕, 이문빈

번역 : 양종욱
배우워크샵 : 장재키
조연출 : 윤영은
PD : 안형진
기획 : 염시정
무대디자인 : Shine-Od
조명디자인 : 이경은
의상디자인 : 부현수 이시하
포스터디자인 : 전찬호
사진작가 : 박일호
조명오퍼레이터 : 황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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