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기] 20세기 건담기建談記 - 2017. 9. 7 (3회), 두산아트센터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9. 9. 01:25

편집되지 않은 미완성 디렉터스 컷 / ★★☆☆☆



얼추보아도 대단한 제작비가 투입됐을 초호화 제작진, 멋진 무대와 장치, 소품들, 엄청난 양의 대사를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게 1930년대의 정서와 말투로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 흥미진진한 라디오 악극과 극중극의 음악과 연주, 예쁘고 멋지게 만들어진 장면과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혼돈과 의문 "두시간 십오분을 도대체 왜? .....뭘 말하고 싶은 건가?"

딱 '편집되지 않은 미완성 디렉터스 컷'을 상영관에서 보고 나온 기분.

늘어놓은 서사와 말 잔치
연결고리 없는 장면들의 나열

보는 이가 스스로 극중 인물과 상황에 자신의 처지와 정서를 이입하거나 느껴 볼 여백들의 자리를, 말과 장면들로 수다스럽게 채우고 늘어놓은 덕택에 극이 끝나도록 도무지 와닿지 않는다.

암전과 암전 사이 장면과 장면은 한 장씩 뽑아 쓰고 버리는 휴지처럼 사라질 뿐, 한겹 두겹 채곡히 상황과 인물의 정서들을 쌓아가지 못한다.

잘 꾸며지고 만들어진 전반부의 환상극은 흡입력 있게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만, 후반부에 전개되는 각 인물들의 장면들이 진행될 수록 극 전체는 점점 힘이 빠진다.

게다가 아마도 늘어난 15분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을 엔딩씬은 각도기 끝에 서둘러 붙여 놓은 뱀꼬리처럼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다.

차라리, 엔딩씬을 맨 앞으로 가져와다 회상장면으로 넘어가서 더욱 압축하고 편집된 인물 개인의 역사를 오고가는 극중극 라디오방송, 그리고 다섯 사람의 활달하고 발랄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애잔했던 악극으로 끝났더라면.. 80여년전 암울한 침통한 일제강점기를 살아내는 나약한 지식인들의 군상과 2017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의 말과 정서를 집요하게 고증하고 무대 위에 재현해낸 작가의 노고와 노력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2017. 9. 8.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 2017. 9. 7


20세기 건담기建談記 (2017.9.5-9.30 / 두산아트센터)

작.연출 : 성기웅
드라마터그 : 김슬기
출연 : 이윤재, 이명행, 안병식, 백종승, 김범진

자문 : 이화진
조연출 : 박진아
작곡/음악감독 : 이자람
음악조감독/악기지도 : 김정민
무대디자인 : 서지영
조명디자인 : 최보윤
의상디자인 : 김미나
소품/분장디자인 : 장경숙
음향디자인 : 임서진
그래픽디자인 : 박연주
사진 : 정희승
기획제작 :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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