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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단상] 명왕성에서 - 2019. 5. 26. 남산예술센터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9. 7. 17. 17:30



"안녕, 지구에 계신 여러분. 엄마 아빠 언니 동생 그리고 친구들 안녕.
우리 지금 명왕성에 와있어요. 저 멀리 끝도 없는 끝 우주로 떠나는 도중에 잠시 여기 내려왔답니다.

다른 기억은 놔두고 저만 잊으시면 안될까요?

니가 보았던 내 눈은 이제 없어. 거기 없어. 어디에도 없어. 니 마음 속에도 없어. 없는거야.
우리 몸이 흩어졌듯이 우리 마음도 흩어진거야.

저 이제 자유에요.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저를 위해 여행하지 마시고, 가족끼리 즐겁게 여행하세요.

저희는 별에 있다고 했잖아요.
저희가 없어도 지구는 충분히 아름다워요." - <명왕성에서> 대사 중에서


.....


극단 코끼리만보는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창작단체이기도 하거니와 특히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많은 조사와 준비, 훌륭한 출연진과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서는 길 답답하고 개운치 않은 감정들이 뒤섞여 창작 하는 자로서 나 스스로에게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수 많은 고민과 질문을 던지게 했다.


.....


굳이 아이들을 소환해 명왕성으로 보내면서까지 누구 마음 편하자고 이런 대사들을 무대에 올려야 했을까?

실존하는 사실과 인물들, 아직 진상조사조차 제대로 시작 못한 세월호참사, 그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들을 연극안으로 불러들이고, 감각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의도가 지극히 연극하는 창작자 개인의 것이어도 되는가?

단순히 극적서사를 위해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나 장면들을 자의적으로 배치하고 구성하는 것이 온당한가?

동시대를 깊이 통찰하는 문제의식과 참사를 야기한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우리 역시 결코 자유롭지 못한 방조자이자 가해자임을 직시하게 될, 뼈를 깎는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그저 남은 자의 슬픔을 누그러뜨릴 이른바 치유의 진혼극을 올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


나는 기억한다.

나 역시 방관자, 방조자, 가해자임을

나는 기억한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되풀이되지 않도록

나는 기억한다.


2019.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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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서>
남산예술센터
2019.5.15~2019.5.26
주최·주관: (재)서울문화재단, 극단 코끼리만보 
제작: 남산예술센터, 극단 코끼리만보 

작/연출 박상현

출연진
강봉성, 강연주, 김동휘, 김문식, 김솔, 김은정, 김청순, 백익남, 윤미경, 
윤현길, 이동영, 이상홍, 이우현, 이은정, 이지원, 최지연, 최지현, 최지
현, 최희진

제작진
드라마터그 손원정
제작PD 권연순
무대 손호성
조명 남경식
음악 이율구
영상 윤민철
의상 고혜영
분장 이동민
액팅코치 강민재
움직임 홍예원
조연출 김예진, 이철용
무대진행 문성복
홍보사진 이강물
인쇄물디자인 브랜드디렉터스
배리어프리버전 제작 (주)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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