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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단상] 전쟁터의 소풍 - 2018. 3. 29,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8. 4. 2. 02:45

<전쟁터의 소풍>
공동창작집단 아르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2018. 3. 29


페르난도 아라발의 원작에 없는 '칼'의 존재와 역할, 그로테스크한 움직임과 화술, 텍스트, 아코디언 실연으로 만들어내는 분위기,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무대위의 약속과 설정은 아르케의 <전쟁터의 소풍> 공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자 인상적인 역할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로인해 원작의 네 인물(자뽀, 재뽀, 떼빵, 떼빵 부인)만으로 만들어지는 각 인물간의 관계나 명징한 서사구조의 연결고리가 옅어져서 상대적으로 칼에 비해 주요 인물들이 덜 보여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위생병 1, 2 역할을 맡은 김관장, 정다정 배우는 자칫하면 공연 전체의 흐름을 환기시키는 역할 그 자체에 빠져 과잉될 수 있는 연기나 부자연스러운 호흡없이, 주위 인물과 공연 흐름에 적절히 반응하면서도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소리와 움직임을 만들어 냈으며,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철저히 인물로서 존재하고 발화함으로써 등장 전후의 세계를 명징하게 바꿔 놓았다. 또한 작품에 참여한 연출부와 배우들은 물론 스탭진을 비롯한 제작진 모두가 오랜 기간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낸 시간의 무게와 흔적이 여실히 보여져 감동적인 무대였다. 특히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포스터 그래픽은 동일 기간 대학로 빌보드에 내걸린 여타의 포스터들 중에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연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쓰러진 네 인물 사이를 지나는 칼을 보며 작품의 내용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배우들이 밟힐까 걱정하게 만들었던 지극히 좁은 무대. '예술공간 오르다' 정도만 됐더라도 좀 더 풍성한 공간감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넓은 극장에서 더욱 더 풍성하고 멋져질 <전쟁터의 소풍> 시즌 2를 만나는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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