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기] 파란나라 - 2017.11.4 (3회), 남산예술센터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11. 19. 02:05




어느새 무대 중앙에 걸린 태극기 푸르게 물들자 공연은 끝났다. 따갑던 박수소리도 잦아들 무렵, 가득 채웠던 객석 삼삼오오 일어서던 관객들
사이, 단체 관람이라도 온 것일까 얼핏보기에도 앳되 보이는 나어린 관객들. 함께 온 친구들끼리 주고 받는 말들이 귀에 듣긴다.


"끝에 그게 뭐지?"
"열나 재밌는데.. 어렵다."

..

공연은 벌써 종연 막이 내렸건만, 열대엿새가 지나도록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내 안에서 또렷이 떠오른 심상과 의식만큼,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 저편. 내게 던져진 날카로운 현실문제의 깊은 파고. 들어지는 생각과 감각되는 인식만큼 차마 꺼내어지지 못하는, 답을 찾지 못한 질문에 입은 절로 무겁다.

묻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여질 수록 내 안에 맺힌 인식과 심상의 실체, 그것을 정의할 적확한 단어와 표현을 찾아 헤매느라 말 한 마디 글 한 줄 외려 내어지질 않는다.

찾으려 다가가려 애쓸 수록 하려던 말은 현실에 단단히 발 딛지 못하고 관념에 붙들려 공허하고 공허하다.

..

꿈과 사랑이 가득한 천사들이 사는 나라
맑은 강물이 흐르는 울타리가 없는 나라

언제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나라
누구나 가보고 싶어 생각만 하는 나라

우리가 한 번 해봐요 온 세상 모두 손 잡고
새파란 마음 한 마음 새파란 나라 지어요

새파란 마음 한마음
온 세상 모두가 손잡아 새파란 나라

..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일까?
모두가 새파란, 모두가 오직 한 마음.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일까?
빨강, 보라, 노랑, 초록, 주황, 감람, 다홍, 분홍, 연두 하나 없이.. 그저 파랗기만 한 나라.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일까?

..


다수결에 의한 간접정치, 대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전체주의 파쇼로 변질되는가?
일인 독재와 일당에 의한 전체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권리와 목소리는 무시되거나 묵살되어야 하는가?
다수가 지향하는 단일한 이념이란 이유로 구성원 모두에게 강요하거나, 다른 이를 소외하고, 무시할 당연한 준거로 작동되어져도 괜찮은가?

권력(집단)에 의해 땅과 바다, 하늘 위에 선을 긋고 안과 밖을 나누어, 이름과 깃발, 노래와 선언문 따위의 상징을 통해 존재하지 않던 허상을 실재하는 것이라 믿게한다. 또한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합의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소수 권력에 의해 제정된 법과 규칙, 규율을 내세워 선 안의 모든 것은 반드시 신고하고, 등록하고, 허가받게 함으로써 전체를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다름아닌 국가 생성과 작동의 원리.

전체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전체는 전체를 구성하는 구성원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개개의 구성원이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이 위임한 주권은 누구에 의해 유용되는가?
전체의 부를 독식한 절대소수 자본권력에 의해 공익과 공리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신자유주의 자본논리를 맹목적으로 좇고 신봉하도록 설계된 사회. 정작 개개인의 생활과, 권리, 복지,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파쑈.


..

시민의 힘으로 정권은 교체되었으나, 아직 켜켜이 쌓인 부패와 숨겨진 진상을 밝혀 청산하고 단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늘 깨어 스스로에게 전체라는 이름으로 맹종과 맹신, 편협한 우상에 갇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억압하는 것은 아닌지 매 순간 살피고 경계 할 일이다.



2017. 11. 19
夢靑閑



2017. 11. 4. 남산예술센터 - <파란나라>



<파란나라>
극단 신세계 / 2017.11.2-11.12, 남산예술센터

작/연출 : 김수정
출연 : 강지연, 권미나, 권주영, 김두진, 김보영, 김선기, 김정화, 김형준, 문지홍, 박미르, 박세인, 박형범, 양정윤, 이강호, 이은정, 이종민, 이창현, 하재성, 홍승안

드라마터그 : 김연재
무대디자인 : 이상호
조명디자인 : 윤해인
의상디자인 : 김미나
음악감독 : 이율구
음향감독 : 전민배 / 음향조감독 : 이문규
무대제작 : 풀굿
음향오퍼레이터 : 김덕주
조명오퍼레이터 : 김상훈
조명크루 : 김진우, 김태진, 손태규, 오예슬, 이미연, 정태진, 조예지, 최재길
무대감독 : 최민경
무대기기 전환수 : 조철휘
극단기획 : 이찬비
조연출 : 강형준, 민현기, 최민경
영상 : 박영민
사진 : 박일호
인쇄물디자인 : (주)디자인컴퍼니
자문 : 김명화, 이경미
도움 : 이순임, 이주은
협찬 : 율곡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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