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기] 연희본색 - 2017.9.30, 남산국악당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7. 10. 2. 03:49


북놀음의 현승훈, 장구놀음의 김소라, 문둥북춤의 허창열, 쇠놀음의 주호영. 네명의 연희자 각자의 개인놀이와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전통연희공연. 단순히 옛것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위에 저마다의 맛과 색깔, 이야기를 입혀내어 좋았던 공연. 이 공연의 실질적인 기획연출자이며 <현승훈연희컴퍼니> 대표이자 북놀음 연희자인 현승훈은 자칫 투박하고 단조로울 수도 있는 북장단에 학사위, 외발사위, 엎어배기, 가락배기 다양한 기교와 몸짓, 도살풀이 춤사위를 얹어 담백하면서도 우직한 가락과 호흡을 만들어낸다. 현승훈의 예술적동지, 삶의 동행자이며 여성연희단 <노리꽃>의 대표이자 장구놀음 연희자 김소라는 머리에 고깔을 쓰고 무밭, 배추밭, 유채밭 위를 나는 한 마리 하얀나비처럼 날개짓 팔락이며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 다양한 장단을 조이고 풀어낸다. 관객과 주고 받으며 만들어내는 발랄하고 가벼운 듯 섬세한 호흡은 관객이 절로 흥겨워 들썩이게 만든다. <청배연희단> 대표, 쇠놀음 연희자 주영호가 북, 장구, 징 다른 세명의 연희자와 어울려 만들어내는 정교한 꽹과리 장단, 쇳가락에 일사, 사사, 이슬털이, 면돌림 상모 위에 나풀대는 부포로 표현하는 다양한 춤사위 역시 원숙하고 풍성하다. <천하제일탈공작소> 대표, 허창열의 문둥북춤. 문둥탈을 쓰고 엎어질듯 걷고 쓰러질 듯 서는 춤사위와 닳아 떨어져나갔을 뭉툭한 손마디와 팔로 소고와 소고채를 집어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매일을 반복하며 버티고, 살아내는 우리네 삶,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지프스를 연상케 하며 깊은 울림과 공명을 만들어낸다. 그러기에 그 끝에 울리는 엇장단과 능청능청 몸짓은 슬프도록 황홀하다. 마지막에 네명의 연희자가 함께 어울리며 붙고 떨어지고 맺고 이으며 풀어내는 즉흥연주와 놀음은 재즈의 잼이나 임프로바이제이션과는 다른 상큼하고 새콤하면서도 걸죽하고 진득한 깊이를 펼쳐낸다. 앞으로 함께 또는 각자 저마다 더욱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전통의 바탕 위에 새로운 전통을 세워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2017. 9. 30




2017. 9. 30. 19:00. 남산국악당 <연희본색>


연희본색 (2017.9.30 /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극장)
현승훈연희컴퍼니

연희자 : 현승훈, 김소라, 허창열, 주호영
반주 : 김선호, 손정진, 황민왕, 방성혁, 배정찬, 오원석, 김재기, 나현철

무대 : 염준석
조명 : 김려원
음향 : 유대혁
사진 : 송광찬
촬영 : 정해성
영상디자인 : 지경희, 김상준
캘리그라피 : 박정현
기획,홍보 : 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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