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기] <염쟁이 유씨>를 보고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2. 11. 10. 15:00



공연일시: 2012년 11월 10일 (토) 15:00
공연장소: 예술공간 혜화
극본: 김인경 / 배우: 임형택





배우 임형택이 분한 염쟁이 유씨.

일인극(모노드라마) 특유의 여백의 미가 돋보이면서도
주요한 장면장면마다, 마치 십수어명의 배역이 무대를 꽉 채운 듯한 연기와 연출력.

" 거, 핸드폰들 있으시지. 나한테 전화들 좀 걸어보슈."

이렇게 시작된 배우의 말 걸기.

나중엔 한데 뒤엉켜, 누가 배우이고, 누가 관객인지..
모두가 극을 이끌어 가는 조연, 단역배우이자.. 서로의 관객이 되고, 서로의 이웃이 되어

염쟁이 유씨, 그의 生. 마지막 습염을 함께 하고, 조문한다.

한바탕 웃고, 떠들고, 박수치고, 휘몰아치다가.. 곡하고, 애도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어.
그런디 죽어서 땅에만 묻혀버리고, 살아 남은  사람의 가슴에 묻히지 못하면 그게 진짜 죽는게여.
또 남아 있는 사람한테도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는 중요한게여.
가슴에 안느냐,  그냥 구경거리로 삼느냐.
억울한 죽음 앞에서 구경꾼처럼 구는 사람들은 종국에는 자기 죽음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마는 벱이여.

- 김인경作, <염쟁이 유氏>의 대사 중에서 -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돌아가는 시간, 남겨진 사람들..

"죽는다는 건 목숨이 끊어지는 게지, 인연이 끊어지는 게 아녀."

나는 어떻게 묻히고, 기억되고 싶은 지..
무엇을 남기고 돌아가야 할 지..

...

그 막막한 질문에..

마지막 습염을 치르고 돌아서며..
툭 내뱉 듯 건네던 유씨의 마지막 대사.

어쩌면, 그게 내가 살아가면서 끝까지 부여잡아야 할 것이 아닐런지.

 

공들여 쌓은 탑도 언젠가는 무너지지만, 끝까지 허물어지지 않는 건 그 탑을 쌓으면서 바친 정성이여. 산다는 건 누구에겐가 정성을 쏟는게지.

죽은 사람 때문에 우는 것도 중요허지만, 산사람들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 더 소중한게여. 삶이 차곡차곡 쌓여서 죽음이 되는 것처럼 모든 변화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보태져서 이루어지는 벱이여.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게 더 어렵고 힘들어.


 - 김인경作, <염쟁이 유氏>의 마지막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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