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함께 본 영화 / 학교 가는 길(2007, Buddha Collapsed Out of Shame)

소통/영화,연극,공연 이야기 2012. 2. 25. 03:16



TV에서 본 '학교 가는 길'이란 영화가 끝나고, '박타이가 너무 불쌍하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딸아이는 말했다.

"그냥.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달걀도 안깨지고, 애들이 괴롭히지도 않고, 공책도 안찢어지고, 속상하지도 않을 텐데."

어떤 말을 해야할까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하다 나는 딸아이에게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약 네가 박타이라면 어땠을까?
 엄마는 일하러 가고, 혼자남아 너보다 어린 두살배기 어린 동생을 보며, 하루종일 집을 보고만 있으면 어떨 것 같아? 옆집 친구는 매일 학교 갔다와서 책을 펴놓고, 동화 같은 것을 읽는 것을 보면 부럽지 않을까?  나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

"응. 그치만 해보니까 귀찮구. 어렵더라구"

........

엉?


.. 잠깐의 정적은.. 이내 깨졌고, 나는 웃었다.

"그래? 푸하하하.. 그래, 맞다. 맞아. 그게.. 공부란게 좀 성가시고 힘들긴 해. 하하하.."





누가 아이에게서 배움의 즐거움을 바래게 하는 걸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즐거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부담과 의무만 남아 짐 지우고 힘들게 하는 것일까?
아이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배움의 즐거움 대신 그저 공부가 목적이 되어버린..
내 욕심과 불안을 메우기 위한 짐을 아이에게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프가니스탄 전장의 현실이 박타이와 압바스, 학교 가는 길에 만났던 많은 아이들에게서
마음 놓고 꿈 꿀 희망마저 앗아가버린 것처럼..

나는 또 그렇게 내 아이의 꿈대신 나의 욕심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